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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지안

    사무실에 사람들은 저마다 컴퓨터 화면과 설계도에 집중하며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들어와 사람들이 놀라 소스라치며 무서워합니다. 작은 무당벌레는 영수증 처리를 하던 이지안(이지은) 팔에 날아 앉았고 사람들은 벌레를 죽이려고 하지만 박동훈(이선균)은 살려주려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무표정의 이지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죽여버립니다. 모두가 싫어하던 그 작은 무당벌레는 꼭 이지안을 상징하는 듯했으며, 박동훈만이 조심스럽게 대하는 인물로 앞으로 이지안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 꾸미기 좋아할 21살 여느 여자애들과는 다르게 무표정에 질끈 묶은 머리, 검은 점퍼를 입은 이지안은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의 인생이 평탄치는 않구나라고 말해줍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회사 일이 끝나면 식당 설거지까지 하는 그녀의 인생에 달달한 믹스커피만이 위로를 해주는 듯합니다.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은 지안은 인생을 그저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그녀도 행복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한 번도 진정한 어른을 만나보지 못한 그녀의 인생에 박동훈은 진짜 어른으로 그녀를 응원해 주길 바라봅니다.

    삼형제

    아침에 일어나서 대기업으로 출근하는 둘째 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박상훈(박호산)은 22년간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하자는 아내를 피해 늙은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동훈의 맏형입니다. 그러나 그는 삼형제가 영화처럼 검은 슈트에 검은 벤츠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호텔 스위트룸에 가는 것이 꿈입니다. 삼형제의 둘째로 박동훈(이선균)은 자기가 다니는 대기업 회장님의 갑작스러운 식사 제안보다는 선약인 지안과의 저녁 약속이 더 중요한 꽉 막힌 성격으로 인생은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철없는 형, 동생과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의 인생에 거침없이 말하는 이지안(이지은)이 나타나 자꾸 신경 쓰이게 합니다. 신용불량자 큰 형과 꽉 막힌 둘째 형이 마음에 안 들어 말은 투명스럽게 하지만 누구보다 형들을 아끼는 박기훈(송새벽)은 삼형제의 막내입니다. 스무 살에 찍은 독립영화가 칸까지 갔었던 그는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지만 욱하는 성격 때문에 영화감독의 꿈은 더 멀어졌고 상훈과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청소를 하던 중 연기를 정말 못하는 여주인공 때문에 그토록 바라던 첫 영화를 못하게 된 기훈 앞에 그녀가 다시 나타납니다. 마냥 반가워하는 그녀를 신기해하며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 삼형제들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로 각자의 시련과 역경을 왁자지껄 떠들며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명장면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주옥같은 명장면과 명대사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 중 제가 생각하는 명장면은 동훈의 삼형제가 제 집처럼 드나드는 정희네 술집주인 정희(오나라)와 상훈, 그의 동네 친구들은 퇴근하던 동훈과 지안을 우연히 마주칩니다. 늦은 퇴근길이 걱정되어 지안을 바래다준다는 동훈의 말에 그의 친구들은 서슴없이 지안을 같이 데려다주자고 말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다 같이 걷는 퇴근길에 저마다 일상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던 중 정희가 지안에게 묻습니다. 40대인 우리들처럼 나이 먹는 게 겁나지 않냐는 질문에 지안은 나이가 그만큼 들면 인생이 덜 힘들 거 같아서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대답에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결코 인생이 쉬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힘들어하는 20대 지안이를 위해 대문 앞까지 바래다주었고, 지금까지 그런 친절을 받아보지 못한 지안은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뭉클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삶의 짐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삶의 무게를 대하는 사람들의 치열하면서도 비열한 모습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조금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길을 밝혀주는 한 줄기 빛처럼 회복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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